[취업후기] 12학번 구성우 (NaverLabs)
“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 12학번 구성우입니다.”
2012년 숭실대학교 물리학과 입학.
2017년 숭실대학교 스마트시스템 소프트웨어학과 전과(2학년 1학기).
2018년 1월~2019.07.10 AVC 참가(Route-map conversion & coordination Tool for Autoware[Rubimapper]).
2020년 2월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 졸업.
2020년 1월~6월 NAVER LABS Internship(3D-PointCloud Semantic Segmentation Annotation Tool).
2020년 7월~ NAVER LABS Test & Validation engineer, Autonomous Driving Mapping & Localization Team.
2016년 8월, 병장을 달고 처음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갔습니다. 슬슬 복학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거든
요. 보통은 학과 이름이 한 줄로 끝나는데, 두 줄을 꽉 채우는 학과가 눈에 띄었습니다.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
어학과. 병장을 달 때까지 컴퓨터 할 시간에 운동이라도 한 번 더 하고,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자는 생각으로
한 번을 가지 않았던 싸지방(병영 내 PC방)에서 그 다음 날도, 또 다음날도 스마트시스템SW학과 홈페이지를
둘러보았고 전과 신청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. 전과를 마음먹는 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
았는데, 군생활 동안 읽었던 책들과 신문들에서 쏟아지던 ‘4차산업혁명’이라는 키워드와 맞았던 점도 있었고,
물리학과 12학번으로 1학년만 마친 채 휴학 중이었던 저에게 스마트시스템SW학과의 커리큘럼이 맞았던 점도
있었고, 무엇보다 학과 이름이 이상하게도 맘에 들었습니다. 곧 학과 이름이 바뀐다고 하니, 좋은 일이지만 조
금은 아쉽네요. 2017년 1월, 말년 휴가를 받고 밤톨머리를 한 채로 정장을 입고선 전과 면접을 봤던 기억이
아직도 생생합니다. 1학년 2학기를 방황하며 보내서 학사경고를 받은 적도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, S
교수님과 Y 교수님께서 좋게 봐 주신 덕에 스마트시스템SW학과 12학번 학생이 되었습니다.
삼수, 휴학 2년, 군대 2년. 이미 다른 친구들보단 늦은 시작이었는데 휴학과 군대로 4년만에 학교로 돌아오
기까지 많은 고민 끝에 돌아온 길이었기에 더 감사하게, 더 간절하게 학교를 다녔습니다. 십수 년전 아버지
사업이 기울었던 후유증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지원받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교내 근로와 교내 대외활동을 하면
서 활동비 명목으로 받는 돈을 용돈으로 써가면서 열심히 학과공부를 했습니다. 덕분에 더 간절하게도 학교를
다녔던 것 같습니다. 그렇게 2학년을 마쳐가던 2018년 11월 즈음,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K 교수님께서 연구
실 인턴을 제안해주셨습니다. 그렇게 저의 대학생 생활 중 가장 큰 행운이었던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
습니다.
당시 연구실에서는 2년간 개조한 차량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이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. ROS
(Robot Operating System) 기반의 Autoware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공부해가던 차에 2018년 3월, 공고
가 붙었습니다. ‘현대차 주관 전국 대학(원)생자율주행차 경진대회(AVC)’. 숭실대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
했고, 17개월 동안 교수님과 친구들과 함께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습니다. 다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
습니다. 한 명이라도 그만두면 차가 굴러갈 수 없었기에, 차를 굴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어느 누구 한 명 희생
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, 서로의 헌신을 헌신짝으로 만들 수가 없어서 또 밤을 새우지 않을 수 없는 날들이
연속되었습니다. 차에 불이 난 적도 있고, 예선에서 타이어가 터지기도 했습니다. 하지만 결국 2019년 7월 10
일, 본선 날, 숭실대 자율주행팀 Ichthus는 4분 30초라는 랩타임으로 완주를 했습니다.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
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성하는 것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. 학생
들보다 더 열정적이신 교수님과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, 좋은 사람들과 2년
가까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대학생활에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.
팀에서 고정밀 지도(HD map)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, 생전 관심도 없었고 다들 그 존재조차 모르는 ‘자율주
행을 위한 지도’에 관해 꼬박 3달을 넘게 검색만 해도 내가 뭘 알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지조차 모
르겠던 때, 지금 하는 일이 나한테 나중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하며 회의감에 빠졌던 때, 완주는 할 수
는 있을까 걱정에 힘이 빠지던 날들이 있었습니다. 단지, 시작했기 때문에 끝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텼습
니다. 그러던 어느 날 차가 달리기 시작했고,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고, 숭실대 캠퍼스를 돌기 시작
했고,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율주행 실험도시 K-City를 돌기 시작했습니다. 제가 만든 지도 소프트웨어로 본
선 전날 밤에 마지막으로 만든 지도가 완주를 하는 데에 사용되었습니다.
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고, 끝을 보고 나니 할 이야기가 생겼습니다. 그 이야기를 공감 해주는
회사를 만나 6개월간 체험형 인턴을 했습니다. 회사의 특성상 석/박사 경력직 분들 위주의 팀이었기에 학부졸
업 신입사원의 사례가 없었고, 인턴이 정규직이 된 전례가 없었고, 그래서 더더욱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체험
형 인턴이었지만, 인턴 또한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6개월을 보냈습니다. 인턴을 끝내 가던 마지막
달에 입사지원을 했고, 6시간의 대면 면접, 1시간의 대표님 면접까지 마치고 인턴 최종발표를 끝낸 후 자리에
서 짐을 정리하고 있던 때, 팀장님이 오셔서 짤막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해주신 말씀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를
잡았습니다. “성우님, 성우님의 성실함이 다른 모든 걸 뚫었어요. 고생했어요.” 그리고 그 다음 주에 합격통보
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.
저는 끝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. 여러분들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학점 4.0을 남기는 것보단 ‘나는
000을 만든 사람입니다.’라는 타이틀을 갖는 게 100배 1000배는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
다. 그러면 할 이야기가 생기거든요. 워낙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, 다들 고민이 있을 겁니다. 신설학과라서 뭔
가 부족하다느니, 선배가 없다느니 하는 불만을 가진 친구들도 봤고(과거의 저를 포함), ‘노오오력’을 해도 안
된다면서 자조적인 태도를 가진 친구들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. 저는 영리한 스타일은 아닙니다. 그래서 가끔
은 미련하고 답답하다는 소리도 듣곤 합니다. 그래서인지 저는 ‘노오오력’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는 방법
을 알지 못합니다. ‘연구실에 꼭 들어가야 하나요?’, ‘대회에 꼭 나가야 할까요?’, ‘취업에 도움이 되는 걸 하려
면 뭐가 좋을까요?’ 저도 모릅니다. 어떤 계기로 좋은 교수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, 또 어떤 계기로 대회에
참가하게 됐고, 저의 부족한 노력이 결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이런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.
돌이켜보니 끝을 보는 노력만큼이나 인생에 있어 ‘인연’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.
하지만 확실하게 한 가지 대답해 줄 수 있는 건, 학생보다도 열정적이신 교수님들이 가득한 스마트시스템
SW학과에 온 여러분들은 운이 정말 좋은 사람들입니다. 생각보다 ‘열정적인’ 교수님을 만나는 것은 흔한 기회
가 아닙니다. 그리고 스마트시스템SW학과는 여러분들이 노력한다면 그 노력을 알아봐 주고 아낌없이 지원해
줄 수 있는 학과라고 보장합니다. 4년이란 시간은 여러분만의 작품을 만들기에 적당한 기간이고, 스마트시스
템SW학과는 여러분들이 땀을 흘리며 4년을 보내기에 충분히 훌륭한 학과입니다. 축하합니다. 부족한 점을 찾
기보단 자신에게 충분히 주어진 것들을 잘 활용해 보길 바란다는 꼰대스러운 말로 글을 마칩니다. 나중에 봅
시다.
구성우 드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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